세계 광야 2018/04/26 02:32 by 한멍멍

1932년 9월 용정,

"아직까지 사람을 죽여본 일은 없겠지? 하지만 만주에 사는 한, 너 같은 녀석도 언젠가는 사람을 죽이는 날이 오겠지." -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소설가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의 뒤를 쫓고 나는 소설가의 뒤를 좇는 여행을 했다.


"잘 둘러봐, 여기서 조금만 나가면 광야야. 광야가 뭔지 알아?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자들이 머무르는 곳이지."


그곳에 가기 전까지는 한 없이 거친광야를 상상했다. 물론 상상만 해봤다. 

그런데 조선인들의 손에 들어갔는데 개간되지 않은 넓은 들판같은게 남아 있을리 없지 않은가? 

드넓은 땅에는 손바닥 만한 조각도 남김없이 까지도 빽빽히 모두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안수길의 '북간도'를 보면 망해가는 조선에서 넘어온 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조금 나아질라고 하면 처맞고 또 조금 나아질거라는 얇은 느낌만 들어도 다시 두드려 맞고 뺃기는 것이 일상이다. 처음에는 청인들에게 그다음은 일본인들에게, 그다음에는 도적떼들에게, 다시 청인들에게, 혹은 러인들에게 


그런데 광야가 뭐야?

한번도 본적 없잖아. 

놈놈놈에 나오는 광야는 위에서 말하는 광야랑은 좀 다를 것 같다.

개간되지 않은 땅이라기 보다는 개간할수 없는 사막에 가까우니까.



용정.

누구나 태어나 자란 곳이 있다. 그곳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태어나 자란 곳을 떠나 다른 고장으로 옮겨 가 이주민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우리에게 고향이라는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의 고향 서울. 그게 진정 고향이라고 불리울 만한 곳인가? 

네모 반듯한 고층의 아파트와 깨끗하게 가꾸어진 화단과 상가, 가로수들을 보면 마음의 안정감을 느낀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는 그 어디에서도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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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북간도를 여행하며 든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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